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60o자엽o0(@sky1728)2016-01-07 03:45:45
봄비 - 김소월
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
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.
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!
보라,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.
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.
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
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.
봄비 - 심훈
하나님이 깊은 밤에 피아노를 두드리시네
건반 위에 춤추는 하얀 손은 보이지 않아도
섬돌에, 양철 지붕에, 그 소리만 동당 도드랑,
이 밤엔 하나님도 답답하셔서 잠 한숨도 못이루시네
봄비 - 고정희
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
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
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
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
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
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
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
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
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
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
오 그리운 이여
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
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
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
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
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
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
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
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
길 가는 봄빛 - 변학규
구비도는 고갯길 풍화된 절벽 바위 사이
마른 풀잎 휘어 감는 나들이 온 부신 햇살
차안에 갇힌 숨결이 보리밭에 넘친다.
갈가마귀 떼 날개에 번득이는 이른 볕살
간밤에 쌓인 봄눈 보리밭은 아직 흰데
비닐 하우스에 갇혀도 푸덕이는 푸성귀.
제비꽃 사랑 - 함영숙
눈 녹아
양지바른 뜰녘 둔덕에
파릇파릇 싹이 돋는
납짝한 잎새
긴 줄기 꽃대궁에
보라빛 꽃순
다섯잎 옹기종기 모여 붙어서
봄나들이 나오려 다투어 피죠
두 꽃대궁 함께 묶어
꽃반지 만들어
신랑각시 예물로 끼워준 제비꽃
수북히 꽃만따서
귀밑머리에
봄처녀 마음을 전하려 할새
강남 갔던 제비 돌아올 때엔
제비와 제비꽃 사랑을 하죠
진달래 봄나들이 - 백우선
― 이중섭 유화 ‘길 떠나는 가족’
온 가족 안고 끼고
봄나들이 누비리
꽃술 진달래에 거나히 이끌려
목에 등에 진달래, 꽃물 뿔의 황소랑
흰빛새 돌아드는
꽃수레의 내 사랑
아이도 그대도
진달래 꽃이리
세상 끝까지
꽃나들이 날으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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